거대한 흰 색의 마석이, 황금 빛의 사슬에 묶여서 천천히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흰 색의 두 마리 용, 사곤과 선풍이 차분히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보통의 사람들이 보면 빛의 크로미넌스 원석이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빛의 마석과는 다르게, 눈 앞에 거대하게 존재하는 이것은 불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기름을 엎질러 놓은 것 같은 불쾌한 무지갯빛을 띠는 이 마석은, 사람들을 자신의 꿈 속으로 강제로 끌고 가는 것만 같았다. 그 광경을 보다가, 가장 먼저 의문을 꺼낸 것은 사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대체 이런 이상한 빛은 왜 생긴다는 거야?”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선풍은 미리 뒷조사를 해온 듯 허리춤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에인션트의 전승되는 지식을 어떻게든 끌어모아 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모노리스 레플리카, 라고 불리는 물건인 듯 하네. 크로미넌스 원석, 즉 마석을 만들고 남은 기(氣)가 방출되고, 그 기가 영겁의 세월 동안 뭉치고 뭉쳐 실체를 가지게 된 것이지.”
“그래, 그거까지는 이해해.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리아 남쪽에 꼬라박혔냐, 이거지.”
“그래서 내가 여러 가지 가설을 따져서 계산을 해봤소. 가장 합리적인 답은…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조상들은 이것을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거겠지. “
선풍이 이야기한 논지는 다음과 같았다. 고대의 한리아의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응집되지 않은 레플리카를 신비한 마석이라 생각해, 이를 중심으로 세력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번영을 책임져 주는 이것을 ‘두 번째 태양’이라 부르고, 고대 토착신앙으로서 숭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물론 처음에는 규모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고, 순수하게 번영만을 원하는 자가 그 힘을 다루었을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 허나 자고로 신앙이 쌓일수록 그 크기는 커지며, 시간이 쌓일수록 그 빛깔은 무르익으며, 그 종국에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소.”
어느새부턴가 한리아의 레플리카, 즉 ‘태양’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거스를 수 없는 신의 권위 그 자체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운이 나쁘게도- 어느 사악한 자가 그 태양의 권위를 빼앗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려 했을 것이다. 그러다 무언가 잘못되어 레플리카의 힘이 한리아를 뒤덮어 암흑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알 것 같아. 레플리카는 방대한 힘을 무질서하게 내뿜으며 한리아의 색을 빼앗고, 수많은 사람들을 세뇌시켜 서로 죽고 죽이는 세계를 만들었다. 그런 시대가 이어지다가, ‘한탄’이라는 자가 나타나 레플리카의 새 주인이 되어 힘을 봉인했고, 한리아에는 평화가 돌아왔다… 하지만, 레플리카의 힘은 너무 위험하니까, 진실을 감추기 위해 결국 태양이니, 화살이니… 하는 전설로 이야기를 뭉뚱그린 거지. 보물 사냥꾼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고, 다시 위험한 미지의 힘을 아무도 다루지 못하도록. 맞지?”
선풍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약해지기 시작한 봉인을 강화하기 위해 이 레플리카를 안전하게 옮기는 일이죠. 사곤, 당신이 새로 만든 유적에 말이에요.”
사곤은 선풍의 말에 알지 못하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다. 마치 거대한 운명을 맞이한 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천천히 레플리카를 완전히 들어올려 옮길 준비가 모두 끝났을 때, 마침 아래에서 극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우리가 생존자를 한 명 발견한 것 같은데. 여유가 생기면 좀 볼 생각 없어~?”
하늘의 구름을 뚫고, 쐐액- 하는 살벌한 날붙이의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하늘로 치솟은 말뚝은 작은 점이 되어 멈추었다가, 긴 일직선을 그리며 거대한 백색의 괴수의 몸에 그대로 내리꽃았다. 말뚝은 그대로 괴수를 바닥에 메다꽃은 채로 근처의 땅까지 산산조각내어 박혀있었고, 말뚝의 윗부분에 둘둘 말려 있던 붉은 색의 부적은 충격파와 빛을 뿜으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듯 했다.
“흐응.”
극리는 그 모습을 여유롭게 살펴보더니, 어깨에 거대한 총을 받쳐 올렸다. 총이 만들어낼 충격을 버티기 위해 두 다리를 땅에 단단히 붙여 체중을 중앙에 지탱했고, 가죽 장갑이 끼워진 두 손가락으로 거대한 탄두를 발사하여 괴수가 있던 곳을 불꽃으로 감싸 흔적조차 남지 않게 만들었다. 정확히는, 말뚝을 제외하고는.
